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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에도 색깔이 있었다.  
수선화에 묻어오는 바람이 다르고,  
아기 기저귀에 묻어오는 바람이 다르고,  
더군다나 머리카락 긴 청년의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이 달랐다.  
그런 생각이 일어나는 날은  
혼자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몇 정거장을 가다가  
한적한 간이역에 내리면  
한적한 바람이 거기에 몰려 있었다.  
설거지 행주 군내에 절은 여인이  
그 껍질을 깨고 싶은 때도 있었다.  
바람을 맞으러 홀로 들판에 나섰다. 
 
- 김영희의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