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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냉장고
작성자
고딩
작성일
2009-08-27
조회
6365

냉장고



- 김승미 



뼈 빠지게 키운 딸년에게

한우 사골까지 고아서

냉장고를 채워 주시던 어머니

찾아가 현관문을 열면

냉장고 문을 열 때처럼 어머니 얼굴에도

잠시 밝은 불이 켜지곤 했다



무얼 꺼내 먹으려고 무심코  

나는 또 냉장고 문을 열었던가

시도 때도 없이 어머니에게 

무작정 칭얼대던 일이 떠올라

열적어 얼른 문을 닫으면 

냉장고는 또 깊은 어둠에 잠긴다



깊은 어둠 속에 웅웅거리는

밤이면 더 서러운 울음소리

온도를 강으로 강으로 놓아도

썩을 것은 썩고 마를 것은 필경 

말라비틀어지는 냉장고

썩을 것 마를 것 다 썩고 말라비틀어지는

어머니 밤 깊은 속울음이 

냉장고 속보다 더 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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