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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충남 방앗간
작성자
kawai
작성일
2009-08-27
조회
6181

충남 방앗간



- 유우현 



하늘이 어두워 가야 할 길 못 간다.

할머니를 작년에 보내고 쓰라린 잡풀만 무성하다 

벽돌 지고 흙을 지고 수많은 가지를 다듬었는데

뚫어진 처마 밑 새들이 집을 지었다. 

귀도 어둡고 몸이 무거워 

천 리를 어느 세월에 바람 타고 가나 

고향이 충남인데 

먹구름은 몸 속을 휘젓고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나

굴뚝은 비가 새고 

쌓아 놓은 장작더미로 세월만 썩고 있구나

밭고랑 사이로 고추가 열리고 

문 앞에 걸린 이름표 

사람 냄새 그리워 하얗게 퇴색되어 가는데

떡을 지고 떡을 이고

오고가는 사람마다 여기가 방앗간인데

노인은 어디 가고 먼지들만 주인되어 돌아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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