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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방앗간
  
  
- 유우현 
  
  
하늘이 어두워 가야 할 길 못 간다.
  
할머니를 작년에 보내고 쓰라린 잡풀만 무성하다 
  
벽돌 지고 흙을 지고 수많은 가지를 다듬었는데
  
뚫어진 처마 밑 새들이 집을 지었다. 
  
귀도 어둡고 몸이 무거워 
  
천 리를 어느 세월에 바람 타고 가나 
  
고향이 충남인데 
  
먹구름은 몸 속을 휘젓고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나
  
굴뚝은 비가 새고 
  
쌓아 놓은 장작더미로 세월만 썩고 있구나
  
밭고랑 사이로 고추가 열리고 
  
문 앞에 걸린 이름표 
  
사람 냄새 그리워 하얗게 퇴색되어 가는데
  
떡을 지고 떡을 이고
  
오고가는 사람마다 여기가 방앗간인데
  
노인은 어디 가고 먼지들만 주인되어 돌아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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