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검색하세요
시애틀 생활 길잡이, 코리아포탈이 함께합니다
제목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작성자
ㅠㅠ
작성일
2010-08-20
조회
9114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름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현대시학’ 2004년 9월호)

감동  [2010-08-20]
아주 아름다운 글이네요 감동입니다.
 
  작성자 패스워드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
555
지금은
2009/12/12
5933
554
항상행복
2009/12/12
8081
553
아쿠
2009/12/12
6303
552
산부인과
2009/12/11
6361
551
시골소년
2009/12/11
7222
550
스몰슈퍼
2009/12/11
8252
549
칭찬
2009/12/10
6696
548
계속
2009/12/10
5206
547
사랑명언
2009/12/09
6248
546
힘써싸우라
2009/12/09
6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