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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중함을 아는 그런 사람이 좋다
작성자
소중함
작성일
2010-03-12
조회
5308

그 남자 이야기

참 이상한 일입니다.
난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을 뿐 인데, 그 사이에 그녀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져 있습니다..
깍쟁이 같은 그녀가 바보가 된 것처럼 해죽해죽 웃더니 생전
하지도 않던 말을 합니다. 고맙다는 둥 사랑한다는 둥...
더 이상한 건 그녀가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는 겁니다..
원래 그녀는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간다고 열시만 넘어도 늦었
다고 난리를 치곤 했거든요..
택시를 타는 걸 워낙 무서워해서요.. 그렇다고 내가 데려다 준다면
그것도 싫대요.. 택시비가 아깝다고 그러면서 말이죠.
나야 뭐..
그녀가 이렇게 많이 웃고 나랑 오래 있어주고 그래서 좋긴한데...
영문을 몰라서 좀 어리둥절해지네요..
내가 없는 사이에 누가 왔다 가기라도 한 건가..?



그 여자 이야기

그 사람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탁자위에 있는 지갑을 열어봤어요..
많이 낡았네..이번 생일땐 지갑 사 줘야겠다..
지갑엔 돈도 별로 없더라구요..
자기나 나나 서로 용돈이 뻔한데 맨날 자기가 낸다고 고집 부리더니
그리고 지갑 한쪽에 꾸깃꾸깃한 메모지 한장..
거기엔 숫자들이 쓰여 있었어요..
나 52 6542, 사 55 3994, 파 34 8632..
마지막에 적혀 있는 번호를 보니깐
그 숫자들이 뭔지를 알 수 있었어요..
그건 바로 어제 내가 탄 택시의 번호였거든요..
밤에 택시 타는 거 무섭다고 헤어질 때마다 징징거렸는데 내가
출발하면 뒤에서 이렇게 차 번호를 적고 있었구나..
지갑을 제자리에 놓는데 눈물도 나고, 행복한 웃음도 나고...
그래서 오늘은 좀더 같이 있다가, 택시타고 집에 가려구요..
내 뒷모습까지 다 지켜 주는 든든한 사람이 있으니까 아무걱정
없어요..

 

그 사람과 헤어진 뒤,친구를 만날 때 마다

그 사람 못된점을 막 얘기했어

그깟 남자 잊고말꺼야 라고 몇번을 말했어

근데,나 더이상 맘에 없는 말 못하겠어

이렇게 맘에 없는 말하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슬퍼보여서

잊지도 못하면서,맘에 없는 말하는 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내가 화났을 땐 자존심 세우며 연락 안하는 사람보단

싸우지 말자며 날 타일러 주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좋고

내가 곁에 없을땐 당장 죽을것 같은 사람보단

내 빈자리가 느껴져서 마음이 허전해지는,

소중함을 아는 그런 사람이 좋다

 

 

잘 지내고 있어? 힘든 일 없어? 내 생각 해?

아프다던데 괜찮아?

많이 슬프다던데 그건 무슨 말 이야?

우리 많이 멀어졌네

온통 물음표 뿐 이잖아

피크닉  [2010-03-12]
소중함을 잃는자는 속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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