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적나라해진 미실에 시청자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선덕여왕’이 40%대 시청률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침체에 빠져 있다. 19일 방송 시청률은 38.3%(TNS 미디어 코리아). 이 드라마는 9월말부터 30%대 시청률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덕만공주(이요원)와 김춘추(유승호)가 부각돼 미실과 극한 대립을 벌이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대했던 제작진으로서는 당황스러울 만한 일이다. 현재 상황은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가 제목과 달리, 얼마나 ‘반영웅’ 미실의 캐릭터에 강하게 의존해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히든 카드’ 김춘추의 효험은 특별하지 않았고, 덕만 공주의 의상이 화려해질 수록 시청률은 밑으로 향하고 있다.
그간 이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뜨겁게 반응했던 건,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미실의 속내와 계략, 그로 인해 벌어지는 궁중의 암투였다.
19 일 방송에서 미실이 직접 왕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충격 선언’이 터져 나왔음에도 시청률이 제자리 걸음을 했던 건, 무릎까지 꿇어가며 자신의 감정을 너무나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 미실에 대한 대중의 낯선 감정 때문일 지도 모른다.
이날 미실은 김춘추를 앞에 두고 “니 조부 진흥제, 숙부 진지제, 아버지 용수공과 어머니 천명공주, 모두 내가 죽였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섬뜩한 고현정의 표정 연기는 단연 압권.
하 지만 이 장면 또한 ‘요부’ 미실이 어이 없을 정도로 쉽게 자신의 범죄 사실과 마성(魔性)을 고스란히 끄집어내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동안 보이지 않는 끈을 통해 미실과 심정적인 밀고 당기기를 해왔던 시청자들에게 허탈감을 안져줬을 지 모른다.
이 런 상황이라면 미실이 본격적으로 왕권에 도전하는 ‘미실의 난’이 뜻밖에 평범한 반응 속에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11월초 이 드라마의 ‘대마’ 미실이 하차하게 되면 ‘선덕여왕’ 제작진은 더 큰 고민에 빠져들 것이다. 유종의 미를 위한, 묘책은 무엇일까?
출처: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