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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덕영화?!] 덕만, 영화로 태어나다…선덕여왕, TV 무비의 비밀
작성자
무지개
작성일
2009-10-02
조회
4397



[스포츠서울닷컴 | 김지혜·서보현기자] 살을 찌우기는 쉬워도 빼기는 힘들다. 방송편집도 마찬가지다. 이야기를 붙여 늘리는 작업은 쉽지만 반대로 줄이는 작업은 몇 곱절 힘들다. 내용을 110% 꿰뚫고 있어야 '엑기스'를 뽑아 낼 수 있다.

36 시간을 3시간으로 압축한다? 약 90%를 덜어내는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줄이는 작업이 아니기에 들어간 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선덕여왕'이 보통 드라마인가. 사건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초절정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 판타지 멜로 사극이다.

TV 무비판 '선덕여왕'을 진두지휘한 MBC 편성 콘텐츠부 안준식 PD는 "선덕여왕 자체가 굉장히 입체적이다. 1부에서 스쳐 지나간 이야기가 4부 사건의 단서가 되는 식"이라면서 "다양한 사건을 새로 구성하고 편집해 보여주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번 무비판 프로젝트팀은 지난 한 달 하루 25시간 자르고 붙였다. 그렇게 새로 탄생한 '선덕여왕'은 오는 2일 추석특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청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안준식 PD의 지휘 하에 시사교양작가와 전문편집기사가 뭉쳐 만들어낸 TV무비 선덕여왕. 영화버전의 비밀을 풀었다.





◆ "선덕영화, 출발! 드림팀"

TV 무비 '선덕여왕' 제작 과정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지난 8월부터 준비한 TV 무비 '선덕여왕'은 9월 말까지 재구성 및 편집이 진행됐다. 약 10여 명에 달하는 제작진들은 약 한 달에 걸친 시간 동안 '선덕여왕' 전문가가 됐다. 극 중 사건 및 출연 순서는 물론 대사까지 꿰고 있는 것은 기본이다.

TV 무비 '선덕여왕'을 기획한 후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작가 섭외였다. 흔히 봐왔던 추석특집, 드라마 하이라이트를 엮은 재탕특집이 아니기에 사건을 재구성하고 재배치할 작가가 필요했다. 드라마 작가, 예능작가, 교양작가 중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를 택한 것도 이 때문.

그렇게 MBC-TV '네버엔딩 스토리'의 예치응 작가가 한 배에 탔다. 안 PD는 "사건을 해부해 철저히 재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다큐 경험이 많은 시사교양작가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예 작가는 방송사 내에서 다큐와 드라마적 감각을 고루 갖춘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무비판 작가가 정해진 뒤에는 전문 편집자를 섭외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총편집을 맡고 있는 황금봉 PD의 애제자 백경화 편집기사가 합류에 동의했다. 안 PD를 중심으로 뭉친 예 작가와 백 기사는 36부 드라마를 뜯고 찢고, 합하고 붙이는 재구성 작업에 들어갔다.



◆ "뜯고, 찢고, 붙이고, 합하고"

드라마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우선 36회, 즉 36시간에 달하는 '선덕여왕'을 쭉 펼쳐놓고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오려 시간과 인물, 인과에 맞게 재구성해야 했다.

드 라마 원작가보다, PD보다 내용과 인물, 사건을 더 잘 꿰뚫고 있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담이 몇 회에 어떤 식으로 등장하는지, 덕만과 유신은 몇 회 어떻게 만났는지, '툭' 치면 '탁' 나올 정도로 모든 것을 머리 속에 암기, 아니 이해했다.

제작팀이 생각한 영화판 편집은 시간 중심이다. 안 PD는 "사건의 변화에 따른 덕만의 성장을 시간순으로 재편집했다"면서 "진흥대제의 죽음에서 시작해 쫓겨난 덕만이 다시 신라로 돌아와 공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압축해 일련의 사건으로 물 흐르듯 편집했다"고 말했다.

이에 사용된 편집기술은 NLE 편집. NLE 편집은 방송 테이프를 컴퓨터 파일화 시켜 자유자재로 자르고 붙일 수 있다. 단점은 파일변환 시간. 36개의 테이프를 파일로 저장하는데 꼬박 36시간이 걸렸다. 제작팀은 LNE 편집을 이용해 시간순으로 자르고 사건순으로 붙이고, 관계순으로 정리해 영화버전을 완성했다.



◆ "덕만의 성장기를 다룬 인물영화"

이번 무비판에서 가장 중점을 둔 스토리는 덕만의 성장기다. 덕만의 어린시절부터 공주가 될 때까지의 과정을 총망라했다. 영화 속 사건 역시 덕만과 직접적으로 연관있는 것들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미실이 부각됐다면 영화판에서는 덕만이 원톱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예정이다.

테마가 덕만의 성장기인만큼 그의 고난과 역경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1부는 덕만이 미실이라는 거대한 존재와 부딪히며 자아를 찾는 과정을 담았고, 2부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덕만이 미실과 대적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갖게 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덕만이 미실과 닮아가게 되는 부분도 그릴 계획이다. 덕만이 공주로 인정받기 위해 일식을 조작하는 장면을 영화판 클라이막스로 삼았다. 덕만 뿐 아니라 미실에 대한 접근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에 비해 인간적인 면모도 그렸다. 그의 권력에 대한 집착과 고뇌를 다룬다.

한편 이번 TV 무비 '선덕여왕'에 미방송분은 애석하게도 볼 수 없다. 안 PD는 "영화판의 엔딩은 덕만이 공주가 되는 과정에서 끝난다. 덕만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비담의 비중은 줄어들 수 밖에 없었고, 김춘추는 등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숙제, 완성도를 유지하라"

영화판의 과제, 바로 드라마 완성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결정한 방법은 영상 위주의 편집. 그 흔한 내레이션을 넣지 않아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자막도 과도한 편집이 필요할 때만 등장시켰다.

안 준식 PD는 "워낙 원작이 대단해 깜히 재구성하고 재편집하기가 두려웠다"면서 "원작의 입체적인 사건과 촘촘한 분위기를 살리는데 중점을 뒀다. 드라마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압축하고 재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털어놨다.

결 말 역시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었다. 현재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는 만큼 극 흐름과 동떨어지지 않고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실제로 엔딩을 어떻게 다룰지, 어디까지 담을지에 대해 가장 많은 회의를 거쳤고 방송국 내에서도 우려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PD는 "엔딩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많았다. 드라마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커버하자는 말까지 나왔는데 그 시점을 잡기가 어려웠다"면서 "회의 끝에 덕만이 공주가 되는 부분이 드라마 전개상 전반부라고 생각해 거기까지만 다루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노력과 상관없는 우려도 있다. 다름아닌 시청자의 기대에 대한 부담이었다. 안 PD는 "초반에 '선덕여왕'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소문이 나서 곤욕스러웠다"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까봐 걱정이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하 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새로운 시도 자체로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 MBC 드라마국 관계자는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낼 수도 있고 실패를 할 수도 있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에 대한 가능성을 봤다. 성패를 떠나 시도 자체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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